가을 편지 가을 편지 / 고정희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 마음의 글 2006.10.19
내가 좋아하는 시 김남조 시인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 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 마음의 글 2006.10.02
위층 사는 그 여자 서 안나 시인 위층 사는 그 여자 서안나 위층에 사는 그녀는 내 꿈이 어둠보다 더 견고해질 무렵 돌아온다 요란한 구두굽 소리와 금속성의 열쇠로 내 꿈을 여는 그 여자 나에게 귀가의 순서를 외우게 하는 그 여자 날마다 술을 오지게 먹고 오는 그 여자 쿵쿵거리는 발자국 소리로 슬픔의 행방을 알려.. 마음의 글 2006.07.05
사십대 사 십 대 고정희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 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 마음의 글 200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