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은 꽃과 같기를 나의 사랑은 꽃과 같기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햇빛에도 시들지 않는 꽃과 같기를 나는 늘 꽃을 보며 꿈을 꾸었네 먼 훗날 뒤돌아보며 찬란한 시간 이였다고 말하고 싶네 소중한 건 꽃이 된다고 바로 당신이 꽃이였기에 시 2022.08.19
밥도둑 운문사 길 밥도둑 최승헌 밥상 앞에 앉으면 나는 도둑이 되지요밥값을 못하기에 밥을 훔치는 도둑이 되지요그래서 밥 앞에서는 기어이 죄인이 되고야 마는 나는 밥과 나의 경계를 만들어 서로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지요밥 속에는 길이 있어요이 거리의 눅눅한 문법이 제 몸을 말리기 위.. 시 2016.09.24
무심천의 아침 무심천의 아침 최승헌식사동 한적한 병실의 밤은 깊고 새벽은 더디게도 찾아왔다밤새 입고 잔 환자복은 내 인생처럼 구겨져 있었고햇빛이 창문을 점령해도 무딘 신경 기척이 없다적정의 세상에 갇혀 날마다 시커먼 강물이 흘러가는 무심천에 나가 그것들의 울림과 분노를 말없이 들어.. 시 2016.05.20
장마속 안부 시흥 월곶포구 장마 속 안부 최승헌 살다보면 내 가슴에도 장마가, 더러는 태풍이 훽 지나갈 때가 있다던 K시인은 지금 이 장맛비 속에서 그의 구멍 뚫 린 가슴으로 펑펑 쏟아지는 빗물이라도 퍼내고 있는지 모르 겠다 장마철에는 샌님 같은 그의 마음도 흔들리는지 하도 기분이 꼴꼴해서.. 시 2015.10.24
상처의 뿌리는 깊다 상처의 뿌리는 깊다 최승헌 상처의 뿌리가 깊은 건 재발의 위험성과 쉽게 아물지 않는데 있다 상처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한번 다친 상처는 딱지가 생겨서 잘 봉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당신이라는 가시가 나를 찌르며 확인하는 동안 내속에 머물던 상처가 자꾸만 살 속으로 파고 .. 시 2014.08.08
검은 발바닥 담불라 석굴 입구 검은 발바닥 최승헌 당신이 수천 년을 말없이 누워있는 담불라석굴*의 열반상을 찾아 갈 때 햇빛도 공양이라며 뜨겁게 달군 몸 하나 데리고 갔지 주린 창자 속에 퍼지는 허기가 돌고 돌아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쯤 당도한 흑갈색 바위산 석굴 안에서, 길게 드러누운 열.. 시 2013.10.15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최승헌 몸을 보면 살아온 세월이 느껴진다몸의 곡선마다 거미줄처럼 쳐져있는 세월의 길은 가로등하나 켜져 있지 않은 어두운 길이다언제 저렇게 암울한 길을 더듬대며 여기까지 왔는지 힘겹게 걸어온 저 길이 매섭게 몰아붙였나 보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가.. 시 2013.05.21
몽산포 협주곡 몽산포 협주곡 최승헌 몽산포는 바닷물이 협주곡으로 흘러가네 은빛 날개 휘저으며 속절없이 떠도는 새떼들이 종일 소나무 숲 사이를 배회하는 것은 하늘과 바다가 이중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바다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혹은 그것들의 소용돌이가 사정없.. 시 2013.04.27
이분법에 대한 소견서 이분법에 대한 소견서 최승헌 이분법은 절대강자의 위엄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배경에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분법의 실체에 대해 혹은 오류에 대해 제대로 탐색하기도 전에 우선 흑백과 좌우구별의 선부터 구분하는 것은 일.. 시 2012.02.26
불면의 바람 불면의 바람 최승헌 새벽 한 시의 적막이 검버섯처럼 피어오르는 밤, 불면에 걸린 바람이 창문 을 두드린다 잠들지 말라고 혼자만 잠들지 말라고 나를 부르는 소리다 나는 창문아래 움츠리고 앉아 숨을 죽인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최대한 낮은 자 세로 엎드려 있어야 한다 미친 .. 시 2011.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