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황인숙 말의 힘 황인숙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 보자.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기분 좋은 말을 소리 내 보자.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비!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느낌표를 밟아 보자.느낌.. 좋은 시 2019.02.01
서른의 강/ 김희우 서른의 강 김희우 살아갈 날들에 대해 안개주의보가 내려진 서른의 강가에는 마른 갈대들이 의문부호처럼 쓰러져 있었고 살아온 날들만큼 가파른 연신내 박석고개 위 남루한 병원 핏기 없는 병상에 지친 내 서른의 강이 누워 있었다 --니 애비가치 누워버리면 안 된다 니 새끼덜 불쌍치 .. 좋은 시 2017.10.28
우리가 물이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에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 좋은 시 2017.06.04
시가 주는 여운 여행 이진명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첫여자도 첫키스도 첫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얼마나 눈부신가안 돌아오는 것들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 좋은 시 2016.09.14
해 지는 쪽/ 마경덕 해 지는 쪽 마경덕 해가 기운다 아버지 가신 쪽으로 아득한 저쪽, 만장처럼 늘어선 산등성이 잡목들 하루치 노을에 젖는다 오늘 죽은 하루는 새벽에 뿌리가 돋고 묻힌 사람은 눈부터 썩고 죽은 자는 쉬 죽지 않아 눈앞이 캄캄한 저녁이 온다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와야 한다 해 떨어지기 .. 좋은 시 2016.08.27
혜화역 4번 출구/이상국 혜화역 4번 출구/이상국 딸애는 침대에서 자고 나는 바닥에서 잔다 그 애는 몸을 바꾸자고 하지만 내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그냥 고향 여름 밤나무 그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바닥이 편하다 그럴 때 나는 아직 대지(大地)의 소작(小作)이다 내 조상은 수백 년이나 소를 길렀는데 그 애는 재벌이 운영.. 좋은 시 2011.02.02
좋은 시 바위-그리고 내 꿈을 시처럼 꿔준 S시인에게/이진명같이 산에 다니는 후배가 전화로 간밤에 꾼 내 꿈 얘기를 해줬다. 선배가 산 좋아하고 바위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자기 꿈속에서도 산속 높은 바위 위에 혼자 창을 열고 동그마니 앉아 있더라고. 같이 다녔던 익숙한 산속 풍경인데도 먼 저승 풍경 같.. 좋은 시 2010.09.21
껌 / 김기택 껌 / 김기택 누군가 씹다 버린 껌.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껌.이미 찍힌 이빨 자국 위에다시 찍히고 찍히고 무수히 찍힌 이빨 자국들을하나도 버리거나 지우지 않고작은 몸속에 겹겹이 구겨 넣어작고 동그란 덩어리로 뭉쳐놓은 껌.그 많은 이빨 자국 속에서지금은 고요히 화석의 시간을 보내.. 좋은 시 2010.02.06
슬픔의 맛 / 손현숙 슬픔의 맛 / 손현숙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다. -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 오스만제국의 세밀 화가들은 신이 보았던 그대로 세상을 그리려고 했다. 하루도 쉬지 않고 50년 동안 그림만 그렸기 때문에 대부분은 장님이 되고 말았다. 반복해서 그리.. 좋은 시 2010.01.19
여행 여행 / 이진명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 부신가 안 돌아오는 것들 다시는 안 돌아오는 한 번 똑딱 한 그날의 부엉이 눈 속의 시계점처럼 .. 좋은 시 2010.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