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詩評

詩評

최승헌 2007. 5. 31. 10:36

 

 

 

 

                         개인적 인식 차이로 표절이라 할 수 있는 가

 

                                                                                     최승헌

 

 

 오늘날 예술에 있어서의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는 화두인 것 같다.문학이나 미술, 그리고 음악(작곡분야가 많음)에 있어서 표절문제는 따지고 보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문학에 몸담고 있는 문인들은 심심찮게 이 표절시비에 이름이 오르내려져서 명예롭지 못한 구설에 휘말리는 것 같다. 여기에는 실제로 표절을 한 작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인데도 상대편에서 표절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작품은 표절로 보기에 애매모호한 작품도 있는 것이다.

과연 표절에 대한 정의를 어디까지 규정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유사한 단어 몇 개까지도 표절이라고 규정한다면 시인이나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 의욕을 꺾게 되고 또한 작품의 질적 향상에도 지장이 오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우려해본다.      

 

 시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와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음을 주장한 워즈워드의 글을 읽고 공감한 적이 있다. 시어(詩語)는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품 속에 나열되는 언어를 가르키는 말이라는 뜻일 것이다.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진 시이던 그 시가 설정된 위치에 따라 시어는 자리를 잡는 것이다. 같은 주제나 혹은 비슷한 사물을 보고 시를 쓰다보면 그와 유사한 언어나 관념들이 나타날 때도 있다. 만약 이것마저도 표절이라면 앞으로는 시를 쓸 꺼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표절이라는 것은 남의 작품을 몰래 가져와서 자기 것으로 각색하거나 도용해서 발표하는 것으로 분명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문제가 된 S시인의 "지하도에서"와 H시인의 "흔적"이라는 시는 비유는 비슷할 수 있어도 서로 내포하고 있는 시적 사유나 깊이는 다른 점이 많다. 서로 내면적 형식도 다른 시를 동일시해 본다면 이것은 큰 오류이며 시가 제한된 설정 속에서 과연 언어로부터 무한정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겉으로 나타난 낱말 몇 개를 가지고 작가에게는 일생의 불명예스러운 이름인 표절이라는 엄청난 정신적 폭력을 휘둘러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지하도에서’가 '흔적‘의 표절작품이자 장애자에 대한 비하작품이며 대사회적인 시대성의 결여라고 지적한 K시인의 말대로라면 시인은 어떤 틀에 매인 시를 써야하므로 문학이 지향하는 자유로운 사고로 시를 쓸 시인이 몇 있겠는가? 

시가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굳이 대 사회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편협 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시는 겉으로 나타난 외침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정신의 빈곤 속에서 잃어버린 자아의 실상을 찾아가고자 하는 내면적 절규이며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지하도에서"는 단지 구걸하는 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의 풍경이나 형상에만 머물지는 않았으며 또 그들을 외면하는 비인간화적인 속성에도 머물지 않았다고 본다.

 

 시인은 이 시에서 삶의 비장한 각오처럼 생명의 절규가 몸속에 팽팽하게 감겨진 테이프로 흘러넘치게 한다. 또 시인은 오체투지(자신의 교만한 마음을 꺾고 자신을 비우는 인도의 예법)라는 성스러운 형식을 빌러 그들(장애인)을 세상 속으로 끌어넣고 교접시키려는 동체 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를 쓴 시인만이 시를 쓸 때의 아픔이나 깊이를 절실히 느낀다. 한편의 시가 탄생하기까지 고민하고 절규했던 외침은 시인의 본질을 표현하는 시인만의 그릇이다. 그 그릇의 실체를 어찌 타인이 다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글은 시를 쓰는 모든 시인들에게도 언제든지 비켜갈 수 없는 한 사례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이므로 결코 S시인을 두둔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님을 밝힌다. 다만 S시인이 탄탄한 시적 토대를 바탕으로 시를 제대로 알고 쓰는 시인이기에 이런 구설에도 휘말리는 것이니 이번 일에 너무 마음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에 써놓았던 글인데 행여 S시인의 명예에 누가 될까봐 발표를 못하고 보관하고 있었던 글입니다. S시인의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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