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단상

공사상(空思想)

최승헌 2009. 5. 4. 22:08

 

                                                                                                                                      2008. 가을 안성 석남사 대웅전에서      

 

                                                        

 

                                                                 

                                                            공사상(空思想)

 

 

 

                                                                                                       최승헌

 

 

 

 모든 보살은 보리심(菩提心)을 일으켜 육바라밀을 닦음으로서 마침내 성불(成佛)의 길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대승불교에서는 반야(般若)의 지혜에 중심을 두어 자리이타의 보살행을 전개해 나가는 보살의 불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승불교의 반야는 존재의 실상을 파악해서 모든 중생에게 이익되게 하므로 소승불교처럼 출세간(出世間)에 입각해 자기 자신의 열반만을 추구하여 자리이타를 실천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아(個我)의 공(空)만을 설하는 것과는 달리 세간과 출세간의 차별을 무너뜨리고 부정하는 지혜(智慧)이며 일체법(一切法)의 공(空)까지 설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사상(佛敎思想)의 근본개념(根本槪念)인 공(空)은 반야경을 비롯한 대승경전에서 많이 강조되어 왔으며 대승의 지혜가 반야의 지혜며 그것이 곧 공의 지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空)의 원어는 Sunya로서 "속이 텅 빈" "공허한"등을 의미한다.

이것은 모든 존재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독립된 실체이며 자아(自我)가 없다는 뜻으로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말한다.

또한 공은 모든 것이 다양한 조건에 상호의존하기 때문에 조건의 변화에 따라 각자 변화하고 스스로 독립하여 존재할 수 있는 자성(自性)이 없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존재가 없다"라는 뜻이 아니라 "존재의 자성이 없다"는 뜻으로 곧 무자성(無自性)은 무아(無我 .Anatman)와 같은 뜻으로 공(空)에 연결되는 것이다.

무아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실존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객체적이고 기능적인 아(我)에 대한 사고방식을 반대하는 것이다.

일체의 사물이 고정된 실체나 본질이 없다는 것이므로 나라고 할 것이 없거나 나가 없는 상태에 있어서 자성이나 자기 동일적인 성질이 없으므로 만물은 상호 의존적인 인연법칙에 의해서 생기고 지탱되고 쓰러지기 때문에 독자적 능력이 없으므로 주체가 비어있는 상태가 무아이다.

그래서 무(無)는 일상에서의 단순한 없다는 상식적 개념이 아닌 것이다.

 

 우주 만유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본다면 변화하는 것이므로 물(物),심(心)의 모든 현상은 한 찰나에도 생멸변화(生滅變化)하여 상주(常住)하는 모양이 없는 것을 무상(無常 .Anitya)이라 한다.

대품반야경에도 "무상이 곧 공이요, 공이 곧 무상이다"(無常卽是空 空卽是無想)이라고 하였다.

생(生)한 것은 반드시 사멸(死滅)하기 마련이고 융성한 것은 반드시 쇠태 하므로 만나면 이별을 하고야 마는 것이 인생사이듯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도 영원하지 않고 변화하므로 인생의 덧없음을 바르게 파악하는 진리의 눈을 우리에게 보이고 있는 것이 무상(無常)이다.

무자성(無自性)으로 설명되는 공사상(空思想)의 뿌리는 원시불교의 연기설(緣起設)이며 이 연기를 무상(無常),고(苦),공(空),무아(無我)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원시불교의 방법이다. 또 부파불교에서 쓰는 공의 개념도 원시경전과 큰 차이가 없다. 원시경전의 공사상은 연기설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것을 체계화한 사람이 용수(龍樹.Nagarjuna B.C 2-3세기 남인도 사람)이다.

그는 대승불교를 크게 드날린 인물로 대승경전인 <반야경>에 기초를 두고 공사상을 전개해 나갔다. 대승불교 사상사에서 용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크며 용수를 모르고는 대승불교의 교학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부처님의 모든 설법은 "이것은 무엇이다"라고 규정하는 명제가 아니다. 모든 존재가 인연의 공, 무자성, 불가득 이며 불가득의 존재는 불가득의 방식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야경의 많은 곳에 이런 맥락이 발견되고 있다.

<대반야경>권9에 보면 모든 존재의 자성이 공하고 자성은 본래 불가득이라고 하였다. (達一切法 自性空故 自性離故 自性本來 不可得故) 반야경은 일체법이 공함을 밝힘으로서 인공(人空 ,我空)과 법공(法空)을 모두 설한 대표적인 경전으로서 소승에서는 인공만을 설하고 법공은 설하지 않으나 대승은 인법이공(人法二空)을 설하고 있다.

대승불교 운동은 반야경으로 시작되며 여기서 중심사상은 공(空)이다.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고 고정화된 것을 거부하고 집착을 여의고 무상과 무아를 재천명 하게되는 것이 이 사상의 중요 과제이다.

그리고 이 사상을 탁월한 자질과 왕성한 연구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찬술한 위대한 저술가가 용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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