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헌 2005. 11. 22. 16:49

 

 


                             

 

                                            최승헌


하나의 경계를 세우기 위해 수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한 경계와 경계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부터 모든 중력은 시작 된다

풀잎 위에 쓰러지는 햇빛도 모진 신음을 토해낸 뒤라야

그 빛이 깊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익숙해지기 위해 산다지만

작은 몸 하나로 말라리아 전염병을 몰고 온

모기의 대단한 위세처럼

예기치 않던 곳에서의 돌발 상황이

때로 이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사랑을 두고도 상처는 날마다 열매를 키워야하고

이별을 하고도 씀바귀 같은 쓰디쓴 입맛 속에 자생하는

기생충이 되고 싶어 하는 갈라진 마음을 보았는데

그래서 그 사랑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술잔이 비워질수록 세차게 비틀리는

오장육부의 진동 같은 그런 사랑이 어디 있겠는가

화살처럼 날아와 심장을 관통한 온갖 말들이

쉽게 무너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스스로 그어놓은 경계 안에 갇혀서

어둠과 밝음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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