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사라진 국보 1호 숭례문

최승헌 2008. 2. 13. 18:22

    

            

                   

 

 

                                             

                                           사라진 국보 1호 숭례문

 

                                                                                     최승헌

 

 

 

우리나라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에 타 없어졌다.

소중한 국보급 문화재를 잃은 지금, 참담한 심정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강화에서 붙잡힌 범인은 70세의 노인으로 토지보상금과 법원의 추징금등에 대한 불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니 개인의 무지한 욕심이 화를 불러온 셈이다. 범인은 지난 2006년 4월에도 도시계획 도로에 포함된 자신의 토지 보상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방화 요주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허술하게 방심하고 있은 경찰의 책임은 없었는가?

 

 조선 태조 때 세워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며 610년 질곡의 역사를 버티어온 찬란한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힘없이 무너지다니 정말 기가 막히는 심정이다. 문화재를 보호하고 지켜야할 문화재청은 그렇게 허술하게 관리했다니 그 책임에서 벗어 날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재 관리를 위해 도대체 무얼 했단 말인지 모르겠다.

낙산사 화재를 계기로 지난 5월 문화재청은 소방감리업체에 의뢰를 해서 우리나라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124곳을 대상으로 화재위험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숭례문이 허술한 관리 체계로 화재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예산을 이유로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재청은 화재위험에 대한 사전경고를 받고도 무시한 결과가 국보 1회인 숭례문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한 원인이 되었다는걸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가?

화재가 난 그때 책임자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외유성 출장을 명분으로 부인과 함께 네델란드의 암스테르담에 있었으니...

그리고 숭례문이 불이 났을 때 소방진압은 어떠했는가?

무려 5시간이나 불을 끄느라고 분산만 떨었지 목조건물인 문화재의 화재에 어떻게 대비를 하고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아무 성과도 없는 애꿎은 물만 뿌리며 숭례문이 불이 타 없어질 때까지 우왕좌왕한 셈이다. 게다가 소방방재청이 책임은커녕 초기진화방식을 두고 문화재청과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소극적인 태도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 대책도 없이 숭례문의 개방만 서둘렀던 서울시청이나 관리를 소홀히 한 중구청, 경비보안업체도 책임을 벗어날 수는 없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 끈질기게 문화재청을 설득해서 숭례문을 개방 하도록 했으니 그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숭례문의 복원사업을 새 정부 출범 후 국민 성금으로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묻고 싶다.

물론 남을 돕고 나라를 위하고 의로운 일에는 성금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잘못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숭례문이 불타버렸는데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는커녕 벌써부터 성금운운하며 잘못을 희석시켜 얼룽 뚱땅 넘어가려한다면 정말 민족과 역사 앞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언젠가는 복원을 해야겠지만 그것도 국민 스스로가 마음에서 우러난 성금이 되어야지 행여 민심이 사나워질까봐 하루빨리 이 사건을 잠재우려고 정부 차원에서 복원에 대한 성금을 말하는 건 성급하기 이를 데 없는 처사이다. 지금은 우리 모두 자숙 하고 애도해야 할 때이다. 불타버린 숭례문의 잿더미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찹찹한 심정을 금할 길 없다.

우리는 마음이 편치 못해 고통스러운데 그들은 기념사진을 찍는다고 웃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나무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지고 보면 국보 1호의 문화유산을 소실한 책임은 제대로 지키지 못한 우리 국민들에게도 있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살폈더라면 이런 엄청난 일이 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러기에 어느 누구도 이번 숭례문 방화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선조들이 피땀 흘려 세우고 지킨 문화유산을 소실해버린 죄인의 심정으로 우리 모두 깊이 반성하는 참회의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하겠다. 이번 기회에 이 땅에 있는 수많은 불교문화재의 관리도 방화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는 않은지 재점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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