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낙동강과 대운하 건설사업

최승헌 2008. 2. 28. 00:41

                                                                                                        낙동강  2008. 2.24

 

 

 

                                       

                                     

                              낙동강과 대운하 건설사업

 

 

                                                                                 최승헌

 

                                                                    

  정월 성지순례를 가면서 도리사 아래에 있는 낙동강을 들렀다. 맑고 푸른 낙동강 물이 잔잔하게 흐르고 있어서 공기도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겨울 강물의 기운이 허파까지 깊숙이 스며 들어오는 것 같아서 강가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 마셔본다. 가슴 깊숙이 찾아오는 상쾌함과 맑은 공기가 오래 남아서 종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런 깨끗하고 맑은 자연 바람을 마셔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내가 산중에서 내려와 오랫동안 도시 포교당에서 생활하다 보니 내겐 아름다운 자연을 벗하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차를 몰고 시흥 근교의 외곽지대로 이, 삼 십분 정도는 나가야만 공기 좋은 자연환경을 접할 수 있어서 항상 우리 절의 기도나 법회 스케줄을 보면서 내 시간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포교현장에서 바쁘게 사는 나로서는 기껏해야 우리 절 옥상에 올라가서 건너 보이는 소래산이나 잠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이렇게 멀리 낙동강에 왔으니 왜 마음이 행복하지 않겠는가. 거기다 강 옆으로 하얀 모래사장까지 있어서 발걸음을 옮길 때도 촉감이 부드럽고 좋았다.

낙동강에 온 김에 맑은 바람이나 쐬면서 오래 강가를 거닐고도 싶지만 많은 신도들을 인솔해 오기도 했지만 빠듯한 성지순례 일정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길 수가 없었다. 낙동강은 자주 못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전에 내가 서울서 학승의 신분으로 있을 때 방학이면 내려왔던 선산 법륜사에서도 가까운 강이라서 더 애착이 가기도 한다.

 

 한참동안 서서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다보니 갈대가 우거진 강가를 배회하는 철새 떼들의 묘기가 참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새들도 공기가 좋은 곳이 아니면 날아들지를 않는 것인데 행여 낙동강에 대운하 사업이라도 시작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낙동강은 바라볼수록 정말 아름답다. 길게 펼쳐진 물줄기 따라 흘러가고 있는 깨끗한 물을 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낙동강이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 세웠던 대운하 사업으로 깊이 파 헤쳐지고 낙동강 주변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면 그것은 민족의 자산인 낙동강을 개발이라는 논리로 죽이는 일이나 다름이 없다.

또 배가 다니려면 선착장도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을 만든다고 강 주위 곳곳에 시멘트라도 발라 놓는다면 자연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강을 파괴하는 꼴이 되는데 이런 큰 손실이 무슨 환경적, 문화적 가치가 있겠는가?

아무리 이 정부가 경제적 이익이 우선이라 하더라도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굳이 산업자원이나 물류수송을 강으로 운반해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낙동강은 수심이 깊은 곳이 아니다. 운하를 만들려면 강 속 깊이를 6m나 파야 배가 지나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낙동강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국민들은 다시는 아름다운 철새들의 낙원인 지금의 낙동강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단언하건데 나는 반생명적인 운하의 건설은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선거 때, 운하 건설이 그의 핵심공약 이였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운하건설을 특유의 밀어붙이기식으로 서두를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운하건설 사업을 민자에 위임한다 해도 그렇지 그 막대한 건설비용을 감당 하면서까지 이 사업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운하의 건설이 시작되면 무엇보다 수질의 오염과 생태파괴는 불 보듯 뻔하고 낙동강 주위의 농민들이 농업용수로 혹은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강물은 그들의 생존권과 다름없는데 정부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뜬금없이 배가 다니는 뱃길을 만든다고 하는지 또 그로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어느 누구라도 대운하사업이 경제성장률을 증가시킨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청계천도 그게 어디 자연이 숨 쉬고 낭만이 흐르는 개울인가? 청계천이 하천처럼 깊이 파 있는데다 친환경적인 자연미까지 없어서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거기다 겨울에는 인위적으로 수도공급을 해야만 물이 흐른다고 하니 앞으로 정부의 환경 정책이 걱정스럽다.

 

 자연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거슬러 역행하는 법이 없었기에 묵묵히 자연의 지혜를 배웠고 또한 그 정신을 우리에게 물려주었다. 이 땅에 사는 국민이라면 우리나라의 산천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랑스럽고 소중한 자산인가를 다들 실감 할 것이다.

그런데 낙동강의 청정 물줄기를 따라 배가 지나다닌다면 저번 태안기름유출사고 때처럼 또 다시 기름이 유출 안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기름으로 인한 수질이 오염되고 그로인해 낙동강 주위의 자연이 오염 되거나 그 주위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폐사 된다면 얼마나 큰 피해가 오는지를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자연을 파괴하는 이번 낙동강 대운하 건설 사업은 반드시 백지화 되어야 한다.

대운하 건설은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전시적 행정에만 급급한 나머지 나온 잘못된 발상이다. 경제로 힘든 국민들의 심리를 이용해 무엇이던 개발로 몰고 가는 겉치레의 얕은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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