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노인복지에 대해

최승헌 2008. 4. 19. 18:50

 

 

                                                

                                            노인복지에 대해

 

                                                                                  최승헌

 

 

 몇 번 시장을 가다가 본 광경이지만 시장 모퉁이에 앉아 나물을 파는 이 할머니는 틈만 나면 깡통에 담긴 돈을 꺼내어서 세고 있다. 할머니의 얼굴에 퍼져있는 주름만큼이나 구겨져 있는 깡통 속에서 꺼낸 천 원짜리 지폐를 세고 또 세는 것이다.

하루 종일 땡볕에 앉아 한 그릇에 몇 천 원하는 나물을 팔고 받은 돈이니 할머니에겐 얼마나 귀중한 돈이랴. 그런데 할머니는 왜 자주 돈을 세고 계시는 걸까?

한번만 세어보고 넣어두면 될 텐데 깡통에 넣어 두었던 돈을 꺼내어서 자꾸 세어보고 있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는 것 같아 그냥 그 앞을 지나치다가도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연히 그리로 가게 되는 것이다. 까맣게 탄 얼굴과 거칠고 투박한 할머니의 손에서 당신이 살아왔을 굴곡의 세월이 느껴지고 있다.

내가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서 쳐다보니 할머니는 그때까지 돈을 세고 계셨다.

처음엔 나도 ‘ 무슨 돈을 저렇게 자꾸만 세고 계실까? ’하고 생각했지만 시장에 갈 때마다 그 모습을 자주 보니까 할머니의 그런 행동이 점점 당연하게 보이는 것 이였다.

 

 작은 깡통 안에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 만은 할머니에겐 그 무엇보다 소중한 돈일 것 같다. 몇 푼 되지 않는 구겨진 돈이 보는 이에 따라선 하찮게 느껴질지 몰라도 아마 할머니에겐 금 쪽 같이 소중한 돈일지도 모른다. 휘어진 등에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온 종일 동네 근처에 있는 논이나 밭둑에서 힘들게 뜯어 왔을 봄나물들...

그렇게 힘들게 뜯어 온 나물을 팔기위해 햇빛가리개도 없는 시장바닥에 앉아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물론 이런 모습이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 저 할머니는 자식도 없는지 왜 시장 바닥에 앉아 저 고생을 할까? ’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하긴 나도 할머니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할머니의 고생한 얼굴이며 옷차림을 보더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간혹 이른 아침거리에서 리어카에 폐지나 빈병을 싣고 가는 노인들을 볼 때가 있다. 당신 몸도 제대로 못 가누시면서 비틀비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가시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다. 아무려면 저 연세에 거동도 불편하신데 운동 삼아 하시지는 않을 것이다. 늙으면 자식보다 돈이 효자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노인들은 경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노인에 대한 복지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도 하거니와 자식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고 빠듯하게 살다보면 사실 집안에서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노인이 되면 아무래도 경제적 능력이 없다. 어디 가서 월급 받고 일 할 체력도 못되고...

 

 젊어서 많이 벌어 노후까지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구축한 노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설령 젊어서 돈을 좀 벌었다 해도 자녀들의 뒷바라지로 다 써 버리다 보면 결국은 늙어서 빈털털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이런 저런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느 정도 경제적인 것을 걱정 안 해도 되는 노인들 중에서도 운동 삼아 체력이 따라줄 때까지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어떤 관점으로 보던지 노인들이 일하는 것은 좀 측은하게 보인다.

고정 관념인지는 몰라도 아직은 일을 할 수 있는, 그러니까 적당히 늙으신 분도 아니고 팔십은 다되어 보이는 늙으신 노인이 시장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란 그리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노인복지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그분들이 젊은 시절 이 나라의 산업역군으로 땀 흘려 가꾸고 지킨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엇이든지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아직은 자식들에게 의존하고 계시는 노인들이 많이 있지만 앞으로는 자신의 노후대책은 스스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늙어서 자식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젊어서부터 미리 미리 준비해두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의 현실성 없는 이론적인 노인복지가 아니라 확실한 정책을 만들어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 사회의 따뜻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인복지를 따로 생각할게 있겠는가? 노인복지는 결국 노인들만을 위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머지않아 다가올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복지사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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