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글

팔팔다방커피 / 김희우

최승헌 2010. 2. 19. 20:43

 

 

 

 

 

팔팔다방커피 / 김희우

 

 

나는 담배를 피우기 때문에 커피를 아주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하루 너댓 잔은 마십니다.

담배를 피워 물면 달달한 커피 한 잔이 생각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달달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탑탑한 담배 한 모금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래서 나는 여직 담배도 끊지 못하고 커피도 줄이지 못하고 있지요.

커피도 원두커피니, 아메리칸커피니, 카푸치노니... 별별 게 많더군요.

하지만 나는 그 별난 별의 별 커피보다 팔팔다방커피를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무뚝한 사기컵에 각설탕 한 두개 담가 달달하게 마시는 그 커피가

나는 제일 맛있습니다.

 

옛 팔팔다방커피는 요즘은 쉽게 마실 수 없지요. 다방이 없으니까.

해서 그 비슷한 맛과 향을 내는 자판기커피를 나는 자주 마십니다.

그걸 마실 때마다, 그리운 팔팔다방커피가 생각나고, 팔팔다방커피를 떠올리면

옛날에 다니던 다방들이 생각나고, 그 다방에 함께 시시덕거리던 친구들이 생각나고

잠시 마음이 설레었던 어느 다방 미스 김인지..미스 안인지...의 요염한 자태도 생각나고

요즘 7080노래라고 하는 그 시절 가요 가락들도 생각나고, 느끼하고 달착지근한 DJ들의

목소리도 생각나고.... 그 때의 젊은 내 모습과.. 방황과... 헤어진 여자와... 이래저래

상심했던 날들도 이젠 사뭇 아름다운 추억이되어 어렴풋 떠오르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팔팔다방커피식 커피를 많이 즐깁니다.

오늘은 왠지 어디 옛날식 다방이 있으면 찾아들어가고 싶은 날입니다.

 

 

몇몇 시인들이 함께 글을 올리고 있는 카페에 올려져있는 후배 김희우 시인의 글을 옮겨왔다.

김시인의 글에 배경음악도 이 글에 맞게 선정해서 올리고 7080세대인 내 젊은 날을 한번 떠올려 본다.  

그땐 다방커피가 아주 맛있었기에 커피 좋아하는 나도 그 커피를 마셨다.

강의 끝나면 매일 들리던 클래식 전문 음악감상실인 광복동 르네상스 음악실, 그 어둠컴컴한 구석에 앉아 음악에

온몸을 맡기던 시절, 견딜수 없는 생의 의문은 입산과 시를 놓고 방황했었기에 내 이십대의 출발은 모든것이 회색빛이였다.

뒤돌아보면 아름답고 소중한, 그리고 뼈저리게 고독했던 젊음이 거기 있었다.  

그때 마셨던 다방커피가 아직 내 마음안에도 남아 있을까.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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