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나이가 든다는 건

최승헌 2022. 9. 15. 08:37

 

 

 

햇살 좋은 가을 아침, 서재에 홀로 앉아

녹차 한잔 우려내어 마신다.

이른 아침 차와 벗하면 이런저런

생각이 잠시 떠오르기도 한다.

이 시간은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기 전

나 자신과 먼저 만나는 시간이다.

 

젊어서는 마음이 바빠야 하고 나이

들어서는 마음이 한가해야 할 것 같다.

젊은이가 한가하면 애늙은이가 되는

것처럼 늙어서도 바쁘기만 하면

몸도 마음도 피곤하기만 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바쁨이란 일을 말하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는 일을 하되 너무 많은

일은 하면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이야 가만있어도 세월따라 들겠지만

사실 나이 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게 많아서이다.

 

젊어서는 뭘 해도 아름답고 좋게

보이는 것도 나이 들면 그렇지 않다.

나이 값이란게 있으니까 쉽지않다.

욕심도 줄여야 하고 일도 줄여야 하고

좀 뒷전에 있어야지 행여 함부로

나대는 것으로 보일까봐 그만큼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해서 주눅

들일은 아니다. 당당하되 품위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나이 들어 아무리 험한 일을 해도

기품이 있는 사람이 있다.

기품이란 내면으로부터 오는 것이기에

여유로운 마음속 범접할 수 없는

힘이 있다.

 

더 나이 들어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얼굴에 주름살이 아무리 많아도

내면에서 우러나는 멋과 고상함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이런게 황혼의 힘이 아닐까.

아침에 뜨는 일출도 아름답지만

그에 못지않게 노을의 수려한

자태도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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