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봄을 " 저 못된 것들 "이라니....

최승헌 2022. 2. 8. 17:05

 

 

 

저 환장하게 빛나는 햇살

나를 꼬드기네

어깨에 둘러맨 가방 그만 내려놓고

오는 차 아무거나 잡아타라네

저 도화지처럼 푸르고 하얗고 높은

하늘 나를 충동질하네

멀쩡한 아내 버리고 젊은 새 여자 얻어

살림을 차려보라네

저 못된 것들 좀 보소

흐르는 냇물 시켜

가지 밖으로 얼굴 내민 연초록 시켜

지갑 속 명함을 버리라네

기어이 문제아가 되라 하네

 

저 못된 것들/ 이재무

 

사람은 때론 한번쯤 일탈을 꿈꾼다.

의무와 소유 다 내려놓고 봄처럼

피어나고 싶은 꿈....

꿈이 현실에 갇혀있으면 식상하고 재미없다.

봄을 비유한 이 시도 그런 일탈을

꿈꾸는 모양이다.

 

사실 시어의 과감한 비유도 비현실적인

환상임을 알 수 있다.

당돌하지만 혹은 과감하지만 마음 밭을

일구고 꼭꼭 다지는 봄 같은 시가

흥미롭고 자꾸만 눈길이 간다.

제목 또한 멋지다.

 

오늘부터 추위가 풀린다니 봄도 멀지 않았다.

문득 그 옛날 나무숲이 많던 교정의

목련꽃 그늘아래에서 사월의 노래를

부르던 고등학교 음악시간이 떠오른다.

봄이면 음악선생님은 우리를 자주

교정의 목련꽃 그늘 아래로 데려가

거기서 음악수업을 했다.

참 멋진 선생님이셨다.

갑갑한 교실보다 밖으로 나가고만

싶어했던 우리들의 마음을 어찌 아시고....

 

그때도 아마 저 시처럼 우리 마음이

이런 일탈 이였으리라.

봄은 일탈을 꿈꾸게 한다

자꾸만 푸른 숲으로 가게 한다

그래서 못된 것들일까

잔잔한 가슴에 돌을 던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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