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산포 협주곡
최승헌
몽산포는 바닷물이 협주곡으로 흘러가네
은빛 날개 휘저으며 속절없이 떠도는 새떼들이
종일 소나무 숲 사이를 배회하는 것은
하늘과 바다가 이중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바다가 제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혹은 그것들의 소용돌이가 사정없이 몰아칠 때
등대 뒤편에 앉은 작은 섬들이 하나 둘 안단테로
흐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네
한 생도 그렇게 느린 걸음으로 가서야
비로소 허연 바닥이 드러나는 것을
그러다가 문득 안목도의 일몰풍경을 보고 싶으면
세차게 휘몰아치는 협주곡속으로 들어가
수없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가슴에 알레그로의
완만한 곡선 하나 그려놓고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근심을 잠재울 일이네
두 눈 감아도 잡혀지는
몽산포의 붉은 내장 속으로 들어가
한여름 저녁 변주에 온 몸을 푹 잠겨볼 일이네
현대시학 2012년 9월호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검은 발바닥 (0) | 2013.10.15 |
|---|---|
|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0) | 2013.05.21 |
| 이분법에 대한 소견서 (0) | 2012.02.26 |
| 불면의 바람 (0) | 2011.11.29 |
| 허물벗기 (0) | 2011.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