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에 대한 소견서

최승헌 2012. 2. 26. 22:34

 

 

 

 

 

이분법에 대한 소견서

 

 

                            최승헌

 

 

이분법은 절대강자의 위엄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배경에는

다른 방식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이분법의 실체에 대해 혹은 오류에 대해

제대로 탐색하기도 전에 우선 흑백과 좌우구별의

선부터 구분하는 것은 일반적인 통념이다

시시비비로 뭉치고 쪼개면서

하나만을 강요 하는 모순이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가지의 선택으로 전부를 본다는 것은

다분법을 거절하는 습성이 있으며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독선이 숨어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가능성만을 열어놓고

다른 건 깡그리 잊으라면

결국 하나의 기준으로 둘을 쪼개서 보며

대립의 칼날을 세우겠다는 거다

그러므로 단도직입적인 명령은

서로의 편을 가르는 폭력성이 있다

 

살아남기 위해 양자택일을 해야 하고

돌아가지 않기 위해 판판한 지름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런 논리는 다분히 짜 맞추기식에 불과하다

자고나면 사소한 기억도 소멸되고

폭력과 비급함이 서로 나눠먹는,

이분 말고도 삼분 사분으로 갈라지는 세상에서

무소불위의 이 법은 권력이 된지 오래다

 

시작  2011년  겨울호

 

 

 

 

 

 

 

 

 

 

 

 

 

 

 

37903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은 몸으로 지나간다   (0) 2013.05.21
몽산포 협주곡  (0) 2013.04.27
불면의 바람  (0) 2011.11.29
허물벗기  (0) 2011.11.21
계란 반숙  (0) 2011.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