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을 생각하며
며칠 전 친구와 차 한 잔을 나누며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요즘 학생들이 책을 안 읽어서 걱정이다. 진짜 인문학의 위기야
대학에서 강의하는 친구는 많은 걱정을 했고 이런 문제는 평소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올해 초, 수원에 있는 k대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기로 내정되어 개학 후 학교를 갔더니 수강신청이 몇 명 없어
학교에서 그 과목을 폐강시키는 바람에 친구는 결국 두세 번 나가다가 그만두게 되었다.
강의를 그만둔 날, 커피 잔 기울이며 말없이 카페 창밖만 바라보던 친구의 쓸쓸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보따리장사의 서글픈 현실을 실감케 하는 날 이였다.
작년에 모교의 연구실을 끝으로 퇴직한 친구는 모교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고 우수논문상도
여러 번 받았으며 실력도 좋아서 진작부터 교수를 해야 했지만 출가생활을 하다가 나간 친구는 가족도 없고
아무 배경도 없는 그야말로 혈혈단신 혼자다.
그러니 젊은 강사들 사이에 끼어 나이만 먹고 자꾸 뒤로 밀려 나는 게 옆에서 보기도 안타까웠다.
대학을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고 석박사도 수석으로 졸업한 인재였던 친구가 모교에서조차 설 자리가 없으니...
이번 2학기부터는 올봄 그만둔 k대 서울 본교에서 강의를 할 예정이라니 부디 친구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많아서 마음 편한 날들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런데 왜 요즘 학생들은 책을 안 읽으며 갈수록 문과를 외면하는가.
지성인의 산실인 대학은 직업훈련소가 된지 오래다.
대학입시를 보면 그 답이 보인다. 여러 인문학을 배우며 정신적 수양을 체험하는 대학생활보다
졸업 후의 취직을 목표로 하다 보니 자연히 이과에 학생들이 몰릴 수밖에...
김춘수 시인의 강의를 들으러 열차를 타고 먼 대구의 k대까지 몇 번이나 갔던 기억이 새롭다.
컴퓨터 하나 없는 시절 이였지만 참 멋지게 낭만을 즐기며 살았던 것도 다 인문학의 힘 이였던 것 같다.
우리 때는 인문학이 대학의 상징 이였고 자부심 이였다.
2018.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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