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여유
최승헌
어제는 불교대학 강의가 있는 날, 어제따라 결석생이 별로없고 수강생들이 많아 보인다. 이럴때면 가르치는
사람도 즐겁다. 수업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 원두커피 한잔을 갖고 와서 내 책상위에 놓고
간다. 가끔 수강생들이 자판기 커피를 놓고 가는건 봤는데 원두커피를 놓고 가는건 드물다.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와 닿으면서 기분까지 up이 된다.
커피는 6~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 칼디라 ’라는 목동에 의해 발견된 이래 이슬람 수도승들이 기도할 때 정신을
맑게 하기위해 마시기 시작한 이래 유구한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전 세계 인류의 기호식품이 되어 지금까지 내
려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사업을 구상하고 또 창의적인 일까지 생각해왔던가
를 생각하니 단지 건강만을 내세우며 말일일도 아닌 것 같다. 바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커피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쉬어가도록 하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커피에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무래도 카페인이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심장이나 혈관계통을 자극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도 지장이 있고 또 잠을 쉽게 못 이루는 불면이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엔제리너스커피, 스타벅스,
탐앤탐스, 카페베네의 테이크아웃커피 10종과 동일 브랜드 제품의 RTD 커피 10종을 조사한 결과 엔제리너스커
피 RTD 커피에 가장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했으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좀 참고해서 마시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커피가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커피는 피로를 풀어주고 신체의 감각기능을 민첩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큰 신경은 쓸게 없다.
아무튼 커피가 이런 양면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요즘 시중에 많은 차가 나와 있지만 아마 커피만큼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차도 없을 것 같다.
커피 한 잔에 담겨있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 아침,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시 한편 읽어 보시기 바란다.
커피 가는 시간
문정희
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
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단 한 구절의 성경도
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
성자처럼 흰옷을 입고
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
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구항의 그 다방 (0) | 2017.07.28 |
---|---|
비오는 날은 커피 한잔으로 (0) | 2011.11.27 |
수필/ 황학동 벼룩시장 (0) | 2011.09.18 |
한가한 날 (0) | 2011.09.15 |
비오는 새벽 (0) | 2010.07.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