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커피 한잔의 여유

최승헌 2011. 10. 9. 21:11

 

 

 

 

커피 한잔의 여유

 

 

                                      최승헌

 

 

 

 어제는 불교대학 강의가 있는 날, 어제따라 결석생이 별로없고 수강생들이 많아 보인다. 이럴때면 가르치는

사람도 즐겁다. 수업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 원두커피 한잔을 갖고 와서 내 책상위에 놓고

간다. 가끔 수강생들이 자판기 커피를 놓고 가는건 봤는데 원두커피를 놓고 가는건 드물다. 

커피의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와 닿으면서 기분까지 up이 된다.

 

커피는 6~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 칼디라 ’라는 목동에 의해 발견된 이래 이슬람 수도승들이 기도할 때 정신을

맑게 하기위해 마시기 시작한 이래 유구한 역사를 거치는 동안 전 세계 인류의 기호식품이 되어 지금까지 내

려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고 사업을 구상하고 또 창의적인 일까지 생각해왔던가

를 생각하니 단지 건강만을 내세우며 말일일도 아닌 것 같다. 바쁘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커피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잠시 쉬어가도록 하는 정거장 역할을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커피에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아무래도 카페인이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심장이나 혈관계통을 자극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도 지장이 있고 또 잠을 쉽게 못 이루는 불면이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시판되고 있는 엔제리너스커피, 스타벅스,

탐앤탐스, 카페베네의 테이크아웃커피 10종과 동일 브랜드 제품의 RTD 커피 10종을 조사한 결과 엔제리너스커

피 RTD 커피에 가장 많은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고 했으니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좀 참고해서 마시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고 커피가 무조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커피는 피로를 풀어주고 신체의 감각기능을 민첩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므로 너무 많이 마시지만 않으면 큰 신경은 쓸게 없다.

 

 아무튼 커피가 이런 양면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요즘 시중에 많은 차가 나와 있지만 아마 커피만큼 대중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차도 없을 것 같다.

커피 한 잔에 담겨있는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 아침,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시 한편 읽어 보시기 바란다.

 

 

 

커피 가는 시간

 

 

                     문정희

 

 

아직도 쓸데없는 것만 사랑하고 있어요

가령 노래라든가 그리움 같은 것

상처와 빗방울을

그리고 가을을 사랑하고 있어요, 어머니

아직도 시를 쓰고 있어요

 

밥보다 시커먼 커피를 더 많이 마시고

몇 권의 책을 끼고 잠들며

직업보다 떠돌기를 더 좋아하고 있어요

 

바람 속에 서 있는 소나무와

홀로 가는 별과 사막을

미친 폭풍우를 사랑하고 있어요

 

전쟁터나 하수구에 돈이 있다는 것쯤 알긴 하지만

그래서 친구 중엔 도회로 떠나

하수구에 손을 넣고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단 한 구절의 성경도

단 한 소절의 반야심경도 못 외는 사람들이

성자처럼 흰옷을 입고

땅 파며 살고 있는 고향 같은 나라를 그리며

오늘도 마른 흙을 갈고 있어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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