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강구항의 그 다방

최승헌 2017. 7. 28. 19:33

 

 

강구항의 그 다방

 

 

오래전 일이다.

가끔 일출사진을 찍으러 영덕 해변을 찾곤 하던 그때, 바닷가로 들어가는 강구항 입구에

작은 시골 다방이 있어서 그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갈 때면 가끔 들리곤 했었다.

다방이 2층 건물에 있었는데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밀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오래된 철난로였다.

 

톱밥을 넣고 불을 지피던 커다란 난로였는데 그 위에는 커다란 양은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었다.

창밖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는 한낮에 난로 앞에 앉아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먼 길을 달려온 추운 몸을 녹이며 마시던 달콤한 커피 한잔이 그렇게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허름한 시골다방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과 웃음이 헤프던 레지 아가씨(아가씨라 하기엔

좀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를 떠올리면 훈훈한 인정과 함께 비릿한 해풍에 실려 온 사람 냄새가 그리워진다.

 

 커피는 단지 향이나 맛으로만 마시는 건 아니다.

커피집의 아늑한 분위기와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운 추억으로 더 맛을 낸다면 최상의 커피가 아닌가.

출항을 준비하고 또 만선으로 도착하느라 어선들이 시골장터처럼 붐비던 강구항, 그 길에 앉아있던

그때의 작은 시골다방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다.

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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