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항의 그 다방
오래전 일이다.
가끔 일출사진을 찍으러 영덕 해변을 찾곤 하던 그때, 바닷가로 들어가는 강구항 입구에
작은 시골 다방이 있어서 그곳으로 사진을 찍으러 갈 때면 가끔 들리곤 했었다.
다방이 2층 건물에 있었는데 낡은 나무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밀치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오래된 철난로였다.
톱밥을 넣고 불을 지피던 커다란 난로였는데 그 위에는 커다란 양은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었다.
창밖은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는 한낮에 난로 앞에 앉아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며 먼 길을 달려온 추운 몸을 녹이며 마시던 달콤한 커피 한잔이 그렇게 따뜻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허름한 시골다방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과 웃음이 헤프던 레지 아가씨(아가씨라 하기엔
좀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를 떠올리면 훈훈한 인정과 함께 비릿한 해풍에 실려 온 사람 냄새가 그리워진다.
커피는 단지 향이나 맛으로만 마시는 건 아니다.
커피집의 아늑한 분위기와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운 추억으로 더 맛을 낸다면 최상의 커피가 아닌가.
출항을 준비하고 또 만선으로 도착하느라 어선들이 시골장터처럼 붐비던 강구항, 그 길에 앉아있던
그때의 작은 시골다방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다.
승헌.
'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를 읽다 (2) | 2021.09.30 |
---|---|
바다속에 시가 보이는 날 (0) | 2018.09.11 |
비오는 날은 커피 한잔으로 (0) | 2011.11.27 |
커피 한잔의 여유 (0) | 2011.10.09 |
수필/ 황학동 벼룩시장 (0) | 2011.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