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비오는 날은 커피 한잔으로

최승헌 2011. 11. 27. 22:38

 

 

 

 

비오는 날은 커피 한잔으로

 

 

                                         최승헌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아직 출근 전의 거리라 그런지 한적하기 그지없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아직 빈속인데도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며 창밖을 본다.

우리 건물이 6층이다 보니 비가 오는 날은 거리를 내려다보는 즐거움이 있어 좋다.

동네 자체가 음식점과 유흥업이 많아서 좀 불만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른 아침시간은 고요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오늘처럼 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은 거리 풍경도 아름답고 정겹다.

 

 커피를 마시다보니 문득 피아노 연주가 듣고 싶다. 가을비 내리는 아침에 듣는 피아노 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이런 날은 고전음악보다 뉴에이지 음악의 대가인 야니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싶다.

지난달에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내한공연(10월14일)을 했는데 마침 그날 시골 절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

는 바람에 공연을 못 봤다. 내가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인 유키구라모토 못지않게 야니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아까운 공연을 못 봤다는 게 많이 아쉬울 뿐이다.

 

 야니는 1954년 그리스 칼라마타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영향으로 클래식과 그리스 전통 음악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졌다. 1980년 데뷔 앨범을 발표했으나 주목을 얻지 못했지만 실질적인 데뷔 앨범을

 프라이비트 레이블에서 내놓으며 야니는 뛰어난 뉴에이지 뮤지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87년과 88년 그의

최고 히트곡인 Reflections Of Passion을 처음 선보이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된 것이다.

 

 요즘 경제난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지만 그래도 그리스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많이 배출

했다. 팝가수 나나무스꾸리와 피아니스트 야니, 그리고 유럽전역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는 가수 사비

나 야나토우와 세계적 팝페라 가수인 마리오 프란굴리스 등이 있다.

오늘은 그냥 빗소리를 음악소리로 들어야겠다. 자연이 주는 최고의 음악소리가 빗소리 아니겠는가.

 

 나는 평소 아침엔 커피를, 저녁엔 홍차를 즐겨 마신다. 그전엔 녹차를 즐겨 마셨는데 녹차보다 홍차를

좋아하다보니 그 맛에 푹 빠져 버렸다. 사실 커피나 홍차나 그 맛과 매력은 각각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사람도 개성이나 성품이 각각 다르듯이...

그러나 나는 커피의 깊고 진한 맛과 홍차의 은은한 맛이 함께 어우러진 사람이 참 좋게 느껴진다.

열정과 온화함을 함께 지닌 사람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갈수록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에서 그런

지인을 가까이 두고 있다는 것은 삶의 소중한 행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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