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날 한가한 날 최승헌 어제 오늘 나는 일 년 중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추석날은 기도가 있고 신도들이 찾아와 바쁘고 그 다음날은 며칠 한가한 편이다. 다만 내일 일이 있다면 오전에 불교대학 강의가 두 시간 있다. 내일 강의 할 건 저녁에 좀 공부하면 되니까 낮 시간은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 산문 2011.09.15
비오는 새벽 비오는 새벽 최승헌 새벽에 눈을 떠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부터 내린 비인데 아직도 돌아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가 떠나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안심이 되고 또 반가운지 모르겠다. 만약 새벽에 창을 열어 비는 그치고 환하게 햇살이나 비추고 있었다면 오늘 하루가 얼마나 건조했을까 싶다. .. 산문 2010.07.27
그윽한 유혹, 커피 한잔 그윽한 유혹, 커피 한잔 최승헌 화창한 봄날 아침이다. 산에도 들에도 봄꽃들이 활짝 피어 사람들을 반길 텐데 아직 그런 곳으로 발걸음도 못 옮겨 봤다. 백령도에서 우리 군함이 침몰해 아까운 젊은 병사들이 바다 물밑에 갇혀서 생사를 모르는데 무슨 팔자 좋은 나들이를 하겠는가? 하루빨리 구출되.. 산문 2010.04.03
봄꽃의 교훈 봄꽃의 교훈 최승헌 지난 일요일, 학생법회와 일요법회가 있어서 하루 종일 혼자 동분서주하며 바빴던 날, 우리 절의 한 불자가 법회에 오면서 내게 후리지아 꽃다발을 선물했다. 꽃망울이 채 피지 않은 작은 키의 노란 후리지아가 참 예쁘고 귀여워(꽃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보였다. .. 산문 2010.03.09
폭설 폭설 최승헌 며칠째 폭설이 내렸던 이번 겨울 어느 날 저녁, 티비가 잘 나오지 않아 수신기를 점검하기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내 무릎까지 발이 빠지는 엄청난 눈이 쌓여있지 않는가 재설작업으로 눈이 깨끗이 녹아있는 창밖 거리를 보며 눈이 아주 말끔히 치워진 줄 알.. 산문 2010.02.09
커피 이야기... 둘 엊그제 신도로부터 선물받은 자메이카산 블루마운틴 커피 입니다. 연하게 내려보았습니다. 다음날 행사가 있을 때는 혹, 잠이 안올까봐...이렇게 내리면 몇잔을 마셔도 괜찮습니다. 시상이 안떠오르거나 피곤할때면 커피 한잔으로 잠시 머리를 비웁니다. 커피 이야기... 둘 최승헌 지난주 일요일, 안면.. 산문 2009.12.22
커피 이야기 칠갑산 장곡사 가는 길 커피 이야기 최승헌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 프랑스 작가 다테랑 - 가을도 깊어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초겨울의 문턱, 음악 좋고 분위기 좋은 커피.. 산문 2009.11.30
가을, 그 기다림의 창가에서 가을, 그 기다림의 창가에서 최승헌 무더위의 폭염 속에 기승을 부리던 모기들도 한풀 꺾였는지 제법 서늘한 바람이 인다. 밤이면 낡은 요사채 처마 밑으로 몰려 들어와 그렇게도 분산을 떨던 그 많은 모기떼들은 어디로 갔는지... 문풍지 사이로 희뿌연 달그림자가 와 비치고 있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산문 2009.10.10
나의 피서 법 나의 피서 법 최승헌 오늘이 중복中伏이다. 중복은 한 해에 가장 더운 삼복三伏중 하나이며 입추가 지난 지 첫번째 경일이 말복末伏이다. 아무튼 삼복을 보내야 더위가 다 간 셈이 되니 앞으로도 남은 더위를 이기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신도들이 피서를 떠났는지 다행히 우리 절을 찾아오는 내방.. 산문 2008.08.01
자목련 자목련 최승헌 어제 서울에 나가다 보니 개나리며 진달래 목련에 매화까지 온통 봄꽃 축제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날씨는 흐렸지만 그래도 봄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기에도 아주 적합한 기후였던 것 같다. 바쁜 일을 끝낸 한가한 오후, 볼일을 보러 서울을 가는 길에 도로 옆 한옥 집 담장 너머.. 산문 2008.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