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가 먹었어요 경기도 안성 정진규 선생님(현대시학 주간)댁에서 선생님과 함께... 2010년 6월20일 프레스*가 먹었어요 최승헌 불교대학 야간과정 졸업식이 있던 날, 나는 손을 내밀어 수강생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잘난 세상에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사시라고, 작별의 악수를 나누는 내 손이 뜨겁다 고된 일터에.. 시 2010.07.05
봄밤에 너를 적시다 봄밤에 너를 적시다 최승헌 내가 너의 몸에 초경처럼 비밀스럽게 찾아가서 그 몸을 붉게 물들이는 꽃으로 피어나거나 혹은 네 몸속을 떠도는 바람으로 산다면 너는 나의 어디쯤에서 머물러 줄 수 있을까 너에게 스며들고 싶어 수없이 내 몸을 적셨지만 불어터진 인연의 껍데기로는 어림도 없어 반송.. 시 2010.04.11
참마/ 최승헌 참마/ 최승헌 양평 절에서 마 몇 뿌리를 얻어왔다 아침에 밭에서 캔 참마라며 비닐봉지에 담아 건네주는데 작고 못생긴데다 흠집이 많았다 참마라면 모양도 매끈하고 깨끗할 줄 알았는데 썩은 고구마처럼 흠집투 성이다 선뜻 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몸에 좋다며 갈아먹으라고 건네주는 스님의 정.. 시 2010.03.20
톱니바퀴의 법칙/ 최승헌 도반들...동해바다 톱니바퀴의 법칙 최승헌 한 길을 보고, 평행으로 간다는 건 사랑의 방식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맞물려가다가도 자존심과 질투로 그 속도를 놓쳐버린다면 더 이상 따라붙어도 소용없는 공회전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다 억겁의 세월을 돌.. 시 2010.03.14
숯 숯 최승헌 자신을 온전히 태울 수 있다는 건 세상을 대충 살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한세상에서 한세상으로 건너가는 일이 밤새 꽃이 피고 지는 일이 아니기에 사랑은 그 절정에서 적멸에 이르렀고 슬픔은 관절마디마다 몸을 풀었다 갈라진 뼈마디 속에서 다시 숨결을 고를 때까지 아무 것도 성한 것이 .. 시 2010.01.26
묻다 묻다 최승헌 새벽 댓바람을 마시며 산을 오른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내 손길에 길들여진 오랜 연인처럼 익숙해서겠지 싫은 내색 없이 당연한 듯, 품을 열어 기꺼이 나를 받아준다 산의 발끝에서 머리까지 한참을 더듬고 어루만지며 기어올라 온 몸의 물기를 흠뻑 내보내고 나서야 어리석게도 내가 정.. 시 2010.01.23
전화 속에 바다가 있다 2010년 새해 일출 전화 속에 바다가 있다 최승헌 전화를 받을 때마다 내 귀는 바다가 흐른다 당신 말에 물집이 잡혀 푸른 수의 같은 바다가 전화 속으로 흘러들어와 물고기가 되기 때문이다 당신과 나, 이미 서로의 경계는 허물어 졌기에 이제 몸을 바꾸는 일만 남았다 힘줄이 불거지듯, 당신 말이 자주 .. 시 2010.01.04
공적空寂 공적空寂 최승헌 밥그릇으로 읽다 비워서 고요하다면 밥그릇이 어떤가 채우고 비우는 것이 고요를 탐색하기위한 과정이라면 굳이 얻을 것도 버릴 것도 없겠다 밥이 그릇의 속성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싶을 때가 있듯이 밥과 그릇의 분별을 벗어난 경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고요가 보이는 것처럼 몸으.. 시 2009.12.25
말의 변주곡 말의 변주곡 최승헌 너의 말을 오선지 위에 올려놓고 감상하면 어떤 소리로 날아갈까 새벽 찬바람 소리로 울고 있는 단조의 떨림이거나 붉은 햇살 속을 떠도는 장조의 설레임으로는 알 수 없어 무엇으로도 네 말의 정체를 모르지 미세한 파동으로 흘러가는 느림과 긴장의 어울림을 모르지 거기, 불온.. 시 2009.12.23
밥값 밥값 최승헌 밥값을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떠났다 밥의 힘이 무엇인지 알 만한 사람들이 황급히 던져두고 간 빈 밥그릇에 잔인한 바람이 떠돌고 있다 오뉴월 뜨거운 하늘에 침이라도 뱉고 싶을 만큼 쓸쓸한 날, 밥을 데워주던 사람들은 제 가슴에 밥을 퍼서 묻었다 *구천에 가서는 익을 대로 익은 밥을.. 시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