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단상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최승헌 2013. 5. 10. 23:56

 

                                                                                                                   안개낀 새벽.. 갠디스 강의 물오리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최승헌

 

 

 

병원에서 빈혈진단을 받고 요즘은 빈혈 약을 먹는다.

이 약을 먹는 동안 커피도 녹차도 홍차도 마시지 마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다보니

평소 차를 좋아하는 내가 특별히 마실 차가 없어서 좀 무료하다.

커피도 홍차도 녹차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차가 아닌가.

오늘처럼 비오는 날 아침이면 더욱 생각나는 커피...

작년에 미국에 사는 후배스님이 부쳐준 커피와 지인들이 준 커피도 몇 통 갖고 있다가 신도들

먹으라고 전부 내다 놓았다. 은은하게 우러나는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하지만 마실 수가 없으니

아쉬워도 못 본체 한다. 점심공양 후 즐겨마시던 녹차도 홍차도 안마신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마시게 된 차가 홍삼차다.

시커먼 홍삼농축액을 뜨거운 물에 타서 아침저녁 한잔씩 마시는데 이것도 처음엔 잘 못 마셨다.

맛이 씁쓰레해서 반잔씩만 마셨는데 자꾸 마시다보니 지금은 조금 마실 만하다.

그렇지만 홍삼차가 내 입맛에 맞는 건 아니다. 그냥 몸에 좋은 거니까 건강을 위해 마시는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은 난생처음으로 영양제도 여러 번 맞았다.

원래 건강한 체질이라서 이 나이가 되도록 영양제라곤 맞아 본적이 없다.

그런데 작년 12월에 다친 허리가 쉽게 낫지 않고 계속 통증이 있었다. 견디다 못해 병원에 가서

MRI 촬영을 했더니 척추 1번이 골절 이란다.

다행이 부러지진 않고 찌그러졌다고 해서 수술을 받았다.

난생 처음 하는 수술인데다 남들에게 알리는게 싫어 혼자 가서 조용히 하고 왔더니 신도들이 무척

서운해 했다. 우리 절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뼈 관절과 척추전문 병원인데 아무도 모르게 했으니

원성도 들을만하다.

 

사실 그때는 허리가 아픈데다가 감기몸살까지 겹쳐서 무척이나 애를 먹는 와중에 수술을 했다.

열도 나고 목도 붓고 정말이지 진퇴양난 이였다. 제대로 못 먹고 체력이 떨어지니까 보다 못한

신도들이 영양제를 맞아야 된다고 하는 바람에 여러 번 맞았던 것 같다.

살면서 아프지 않고 산다는 건 큰 복이다. 하지만 내게 고통의 시간이 있었던 것은 스스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했기에 소중한 교훈으로 남아있다.

병이 없었다면 얼마나 교만하고 이기적이었겠는가. 병을 통해 배우는게 많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念身不求無病).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 던 보왕삼매론의 글이

생각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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