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단상

한해를 보내며

최승헌 2017. 12. 31. 00:08



                                                                                                                                    2018년 새해 첫날 우리동네




한해를 보내며

 

                             

 

내일이면 올해도 끝난다.

한해동안 마음먹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하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나로서는 항상 염려되는 것이 감기인데 올해도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지나갔고

몸이 불편해 선원의 모든 행사를 제대로 못 볼줄 알았는데 남의 도움 받지 않고 벌써 2년째

내가 직접 일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싶다.

몸이 아프면서 나는 마음을 많이 내려놓고 산다. 그게 얼마나 가볍고 편한지...

건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것도 그렇고 잡다한 사찰 업무까지 미흡한건 많지만 그러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되었고 또 내가 감당해야할 일이니 그것 때문에 속상한 마음이거나

나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단순하게 살기로 한 이상 현재에 만족하고 싶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으니 굳이 괜한 걱정을 해야 할 이유가 있겠는가.

꿈도 많고 이상도 많았지만 지나간 날들을 회상해보니 인생이란 결코 만만치가 않았던 것 같다.

 

낮에 가까운 신도와 그녀의 아들(대학수험생)과 셋이서 6.3빌딩 뷔페에서 점심을 먹었다.

한해를 보내면서 내게 점심을 대접한다 해서 같이 간 것이다.

맛있는 음식도 많았고 넓고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기분 좋은 점심을 하고 수험생

아들이 응시할 대학 두 곳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이 편안하다.

방학인데도 캠프스 곳곳에 보이는 젊은 지성인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대견해서 인가보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참 아득한 옛날이 되었다는 생각을 해보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연말인데도 시내가 한산하다.

오늘따라 미세먼지가 심해서 한강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강변길을 달리는 기분이 싫지만은 않다.

이만하면 한해동안 수고한 내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 아닌가싶다.

 

2017. 12.30  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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