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의 아침

최승헌 2016. 5. 20. 09:25











무심천의 아침



        최승헌



식사동 한적한 병실의 밤은 깊고

새벽은 더디게도 찾아왔다

밤새 입고 잔 환자복은

내 인생처럼 구겨져 있었고

햇빛이 창문을 점령해도 무딘 신경 기척이 없다

적정의 세상에 갇혀

날마다 시커먼 강물이 흘러가는

무심천에 나가 그것들의 울림과 분노를

말없이 들어주는 것이

일상의 낙이 되었던 시간들


어제 같은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지겹기도 했지만

때로 강물 위, 앙상한 가죽만 남은

냉동인간들이 하나 둘씩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은근 슬쩍 나를 흘러 보내기도 했었지

강물이 슬슬 뼛속으로 들어와

온몸을 적실 때까지

오래도록 나를 끌고 온 말과 상처와 그 허접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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