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뿌리는 깊다

최승헌 2014. 8. 8. 09:24

 

 

 

 

 

 

 

상처의 뿌리는 깊다

 

 

                     최승헌

 

 

 

상처의 뿌리가 깊은 건

재발의 위험성과 쉽게 아물지 않는데 있다

상처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한번 다친 상처는 딱지가 생겨서

잘 봉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당신이라는 가시가

나를 찌르며 확인하는 동안

내속에 머물던 상처가 자꾸만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상처의 힘이 얼마나 센지

뜯기고 찢어질수록 깊은 뿌리를 내리고

위로라는 말로 가슴을 헤집을 때

더 균열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곪아 터지면

상처 속에서 오래 기생하고 있던

오기와 자존심이 보인다

 

 

현대시학 2013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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