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뿌리는 깊다
최승헌
상처의 뿌리가 깊은 건
재발의 위험성과 쉽게 아물지 않는데 있다
상처의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한번 다친 상처는 딱지가 생겨서
잘 봉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당신이라는 가시가
나를 찌르며 확인하는 동안
내속에 머물던 상처가 자꾸만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리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상처의 힘이 얼마나 센지
뜯기고 찢어질수록 깊은 뿌리를 내리고
위로라는 말로 가슴을 헤집을 때
더 균열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곪아 터지면
상처 속에서 오래 기생하고 있던
오기와 자존심이 보인다
현대시학 2013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