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 감상글

나나무스꾸리 내한공연

최승헌 2008. 1. 21. 20:27

                              내가 갖고있는 CD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선명하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양해를...

 

 

 

                                      나나무스꾸리 내한공연

 

                                                                                 최승헌  




 살면서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 볼 때가 있다. 그동안 마음고생 없이 행복하게 살아 왔는지 아니면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해 질곡의 삶을 살아 왔는지...

세상은 행복과 불행이 적당히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나만이 행복하다든가 혹은 나만이 불행하다든가 하는 생각은 별로 맞지가 않는 것 같다. 인간에게는 완전한 행복도 불행도 없는 것이다. 스스로 얼마나 용기 있게 자신의 생에 도전을 하느냐 안하느냐하는 자신감의 차이뿐이다. 

매혹적인 천상의 목소리라고 불리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좋아하고 부러워하는 세계적인 가수 나나무스꾸리도 그랬다. 지금은 세계적인 팝가수로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쥐고 성공을 했지만 그녀도 한때 그 연배의 여성이라면 한번쯤 당해보았을 남아선호사상(그리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고를 갖고 있나보다)에 얹혀 아들이기를 바라는 보수적인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나 무관심과 가난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나중에 나이트클럽의 첫무대에서 가수로서의 검증을 받기까지는 불행의 삶을 보내야 했던 것이 아닌가.  


 그녀를 얘기하자면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것 같다. 20세기 전 세계 팝팬들의 영원한 뮤즈, 나나무스꾸리... 그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까지 450여장의 앨범과 350여장의 골드앨범 또는 플래티넘 앨범을 등극한 팝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 판매 기록을 보유한 나나무스꾸리, 지금의 세계적인 가수로 있게 한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나 무엇보다 나나무스꾸리 자신의 노래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용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에게 잠재해있는 재질은 자기 자신이 스스로 발견해서 개발해야 빛이 나는 것이지 누가 대신 찾아내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냥 노래를 했는데 운이 좋아서 이렇게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타고난 목소리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혹독하리만큼 치열한 자기 노력의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도 여느 청소년들처럼 팝송을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나나무스꾸리의 노래가 귀에 익어있다. 가끔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언제 내게도 그녀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하고 생각 했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마침 그 기회가 왔다.

그녀가 생애 마지막 투어 중 유럽투어를 돌면서 이번에 우리나라에 들러 공연을 한다기에 평소에 월드뮤직을 즐기고 또 나나무스꾸리의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꼭 한번 이 공연을 보고 싶었다.

2005년도에 나나무스꾸리가 처음 내한공연을 했을 때 그녀의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바쁜 일에 쫒기다보니 못보고 그냥 지나갔고 작년 7월에 다시 우리나라에 온다고 했을 때는 꼭 공연을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그때는 나나무스꾸리가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을 연기하는 바람에 못 봤기 때문에 사실 이번 공연만큼은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내가 인터파크 회원으로 있어서 그녀의 내한공연정보도 미리 알 수 있었고 또 표도 벌써 예매를 해놓은 상태라 공연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이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인한 피해가족을 돕는 자선공연인 만큼 내가 사는 표 한 장이 어려움에 처한 태안반도의 주민을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표가 좀 비싸긴 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그녀 또한 그동안 세계 인류의 평화를 위한 반전가수이며 민중의 가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바다와 어민을 살리는 이런 뜻깊은 공연에 기꺼이 승낙했을 것 같아서이다.


 120분의 나나무스꾸리 내한공연을 보기위해 서울 반포에 있는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로 가는 내 발걸음은 바쁘기만 하다. 일요일이라 거리가 한산할 줄 알았는데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양재방면으로 빠져 나가니 거기서부터 밀리기 시작한다.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이번 공연을 보러가는 사람들은 아닐 테고...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일찍 나올 걸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그래도 다행히 시작 한시간전에 도착했다. 공연장소가 고속버스터미널 옆이라서 그런지 밀레니엄 입구에서 많이 밀렸지만 그래도 공연 한시간전에 도착했으니 다행이다 싶은 마음에 주차장에서 한참을 걸어 공연장을 찾아간다. 밀레니엄 홀은 처음 와보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몰라 좀 걸어가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걸어가기에 뒤따라가며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니 나처럼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인 것 같았다. 나도 그 뒤를 따라 무사히 공연장 입구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들이 어떻게나 많은지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나무스꾸리를 들으며 젊은 시절을 보냈을 수많은 중장년의 음악팬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물론 젊은 사람들도 많이 보이긴 했지만 일반 공연장보다 유독 연세가 드신 분들이 많아서 새삼 그녀의 다양한 음악팬들의 열성을 본다. 그 인파 사이로 젊은 비구니스님 두 분과 수녀님의 모습도 보인다. 나도 그렇고 내 곁에 서있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나무스꾸리의 팬들은 매우 다양한 층인 것 같다.


 예매표를 바꾸고 서 있는데 어느 음료회사에서 허브차를 시음한다며 마셔보라고 한잔 주기에 받아 마셨더니 입안이 상쾌하다. 허브의 향기가 나나무스꾸리의 노래에도 듬뿍 묻어날 것이라 기대 하면서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관중석의 의자며 무대 장치를 보고 놀랐다. 조명장치며 무대장치가 별 조화도 없이 너무나 단조로웠기 때문이다. 하긴 출연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해도 관객들이 눈으로 보는 전시효과도 무시 못 할 텐데 이건 너무 평범하다. 마치 학교 체육관에라도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 

거기다 의자는 좁은 이동식 일반 의자이고 공연장 바닥의 높낮이도 일률적이어서 앞자리 사람들의 등 사이로 겨우 봐야 한다. 여기저기서 다들 불만의 소리가 들려온다. 비싼 표 값을 받으면서 관객들의 편의는 외면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한 주최 측인 소리엔터테인먼트의 성의 없는 공연진행에 대한 불만들이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무대에 섰다.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온다. 조금 전의 불만의 목소리는 어디가고 모두 숨을 죽이며 듣고 있다. 썰렁했던 공연장의 분위기도 차츰 훈훈해지는 것 같았다. 나나무스꾸리는 처음에 긴장이 안 풀렸는지 노래가 균형이 잘 안 잡히는 듯 했으나 이내 정상으로 돌아갔다.

역시 프로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노래는 더욱 빛이 났고 관객들은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말로 하얀 손수건을 부를 때는 대단한 박수가 쏟아졌다. 어디 가서 별로 박수칠 일도 없는 내가 모처럼 박수를 치며 즐거운 마음이 되어있다.

그녀의 주옥같은 아름다운 노래들, 사랑의 기쁨, 노예들의 합창, over and over, 울게 하소서 등등 너무나도 귀에 익은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중장년의 관객들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기쁨에 젖어있다. 노래로서 사람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모두 멋진 연주와 함께 울려나오는 감미로운 그녀의 노래 속에 푹 빠져 있었다. 물론 그녀가 부르는 노래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며 예전의 그 매혹적인 목소리와는 좀 다르게 느껴져 어떤 노래는 호흡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 느끼기도 했으나 대체적으로 음반에 실린 목소리와는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74세라는 그녀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과연 어떤 가수가 이 나이에 이만큼의 중량감 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랴. 그러나 무엇보다 가까이서 직접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인가.


 무대 위에 젊은 연주자들이 네 명 있었는데 그들 한사람이 보통 두세 가지의 악기를 다루고 있기에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나나무스꾸리가 노래 부를 때마다 코러스도 함께 하고...

이번 공연은 서울이외도 부산, 대구, 성남, 창원 등의 투어가 잡혀있다. 나나무스꾸리 생애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인 것 같아 그녀의 많은 팬들이 공연을 기다리고는 있겠지만 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이 흠이다. 게다가 공연장의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서 비싼 입장료까지 받으니 주최 측은 이점을 좀 신경써야하지 않을까 싶다. 한 세기에 한번 나올까말까 한 영원한 천상의 목소리인 나나무스꾸리의 아름다운 노래가 오래 오래 우리 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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