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

일본인들의 질서의식

최승헌 2011. 3. 18. 19:28

 

 

일본인들의 질서의식

 

 

                                                    최승헌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진도 9.0의 초강력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의 참혹한 피해는

이웃나라인 우리 국민들에게도 큰 슬픔을 안겨주었다.

거기다 쓰나미의 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들이닥친 잦은 여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겹쳐 지금 일본 열도는 불안에 떨고 있다. 도대체 대재앙의 끝은 어디인가?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이렇게도 무기력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 일본이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이

지만 이번 지진 피해로 막대한 손해를 봤고 또한 최악의 사태로 까지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니 엎친데

덮친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일본으로부터 임진왜란을 비롯한 많은 침략을 받았고 또 일제의 강압에 의해 한일합

방이라는 치욕적인 일을 겪으며 35년 동안 나라를 빼앗겼던 아픈 기억이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어

도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받았던 선조들의 수모와 고통의 역사를 어찌 잊겠는가.

어쩌면 이번 재앙을 보며 인과응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반일감정이

있다 해도 이젠 세계 평화와 미래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일본 국민과 우리나라 국민이 서로 미워하고

원망만 하다보면 상처는 더 깊어져서 치유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다보면 그들도 따뜻한 마음을 전해 올 것 같다.

이웃나라가 이렇게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지난 과거사로 인해 그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말이 되

겠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 살든지 또 어떤 인종이든지 인간의 생명은 귀중하다. 그러기에 젖먹이 아이에서

노인들까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일본의 현실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동안 세계는 전쟁이나 지진 등으로 인해 많은 고통과 혼란을 겪어왔고 그때마다 재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향한 투쟁은 눈물겨웠다. 또한 약탈과 폭력 등의 무질서한 혼란을 일으키며 무법천

지가 되는 바람에 불안에 떨어야 했던 수많은 이재민들의 한숨도 우리는 잊지 않고 있다.

아무리 천재지변이라 해도 하루아침에 모든 걸 잃고 거리로 내몰린 현실 앞에 제 정신으로 버티며

서 있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엄청난 재난을 당하면서도 일본 국민들이 보여준 질서의식은 새삼 일본이라는 나라

를 다시 보게 한다.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대응과 그 와중에도 자신보다 힘들

고 아픈 사람들을 먼저 챙기고 배려하는 일본인들의 따뜻한 마음에 지금 전 세계인들은 감탄하고

있다.

 

 내가 예전에 일본을 몇 번 오갈 때마다 느낀 점이지만 일본인들의 질서의식과 친절은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있는 것 같았다. 공원이나 문화유적지를 가 봐도 그렇고, 식당에서도 버스

정류소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차례로 줄을 서서 기다리거나 얌전히 걸어가는 모습이 신기해보일

정도였다.

공공장소거나 말거나 마구 뛰어다니는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많이 비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인적 드문 작은 이면도로에 있는 신호등 하나에도 준법정신을 지키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떠올리

며 오늘의 세계경제대국 일본을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11년 3월  시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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