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독재자의 욕심
최승헌
요즘 국제사회가 많이 혼란스럽다. 서방 세계와는 달리 오랫동안 닫혀있었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전 세계의 관심이 몰려있다. 그중에서도 리비아 사태는 하루하루 위기일발로
치닫고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42년이란 긴 세월동안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과 부정부패로 얼룩진 독재자 카다피를 몰아내기
위한 리비아 반정부 시민군들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은 뜨겁다. 그들은 현재 리비아의 주요 도시를 장악한 채
수도 트리폴리 공격을 바로 눈앞에 남겨 두고 있으며 이제 카다피의 친위 병력과 반정부 시민군과의 전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 카다피의 셋째 아들인 알 사디 카다피는 리비아에 어떤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반드시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해야 된다하고, 또 자신의 형이며 후계자인 차남 무아마르 카다피는 곧 새 헌법을
만들어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망언도 이 정도면 도를 넘었다. 정말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살았으면 이젠 그만 물러날 줄도 알아야 할 텐데 집착과 소유욕이
끝없어 욕심만 부리고 있다. 카다피가 절대적 권력을 누리며 통치하는 동안 그와 가족들은 석유와 통신
등, 국영사업과 각종 이권에 개입해서 5조 5천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한다.
한 독재자의 착취로 인해 국민들이 받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상 이치도 그렇지만 사람이 무엇을 얻고 버리는 데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평생 애착하던 것도 죽을
때면 모두 놓고 가야하는데 나이 먹어 가면서 무슨 욕심을 부려야 하나. 돈이 있으면 더 있기를 바라고
지위를 누리면 누릴수록 자꾸만 집착하고 있으니 인생은 짧은데 부릴 욕심은 끝이 없다.
권력이나 돈은 맛을 보면 볼수록 달콤해서 그 달콤함 뒤에 찾아오는 쓴맛은 모르게 된다. 그러므로 똑같은
세상을 살아도 어리석은 자는 멀리 볼 줄을 모르고 바로 앞만 본다.
사물도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면 넓고 선명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어느 한 면만 보여서
자세히 알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보다는 상대방이 나를 더 잘 볼 수 있는 것은
그가 멀리서 나를 보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시흥신문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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