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헌 시 비평

최승헌의 『거울을 닦다』를 읽고

최승헌 2009. 8. 24. 05:53

 

 

 

 

 

                                   거울을 닦는다

 

 

                                                                                최승헌

 

 

 

                                          거울을 닦는다

                                          먼지 묻은 거울 안에서

                                          나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를 닦는다

                                          복사된 두 얼굴이 마주보며

                                          서로를 닦아준다

                                          얼굴은 하나가 아니다

                                          얼굴을 규명하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일 뿐

                                          나를 닦는 것은 내가 아니다.

 

                                                   -【이 거리는 자주 정전이 된다】천년의 시작 2008. 중에서

 

 

                                                  최승헌: 1980년 『시문학』 등단

                                                  시집: 【고요는 휘어져 본 적이 없다】【이 거리는 자주 정전이 된다】

                                                  산문집: 【사람이 그립다】【바람, 그 끝자락에 서다】

 

 

 

 

최승헌의 『거울을 닦다』를 읽고

 

 

 ‘흡월정’이라는 것이 있다. 여인네들이 달을 바라보며 한 숨통씩 호흡을 조절하면서 달의 기운을 몸속으로 빨아들이는 행위다. 마음을 비우고 몸가짐을 바로해서 한 숨통씩 끊어 쉬는 것을 열 번, 열흘을 반복하면 여자의 몸에는 달의 기운이 찬다고 한다. 이때 달 속에 자기 자신의 모습이 확연히 비치면 ‘흡월정’을 제대로 한 것이라는데, 여기서 자신을 본다, 라고 함은 자신을 통제 한다, 라는 뜻을 포함한다. 치열하게 자신을 자신에게 비춰보는 행위. 여자는 진정 무엇이 보고 싶었던 걸까?

 

 인간은 영원히 자신의 뒷모습은 볼 수 없는 거다. 아무것도 꾸밀 수 없는 사람의 뒷모습은 어쩌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간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참, 은 볼 수 없다는 뜻일 텐데. 피리 하나로 지옥에서 아내를 구하고자 했던 ‘오르페’도 돌아보지 말아야 할 때, 뒤 돌아 보았으므로 ‘에우리디케’를 지옥으로부터 영원히 구해내지 못했던 거다. 그러니까 볼 수 없는 것을 보고자 했을 때 인간이 감당해야 하는 몫은 당연히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거다.

 

 시인은 지금 거울을 닦고 있다. 먼지 묻은 거울을 닦는 중이다. 그 거울 속에서 시인을 바라보는 또 다른 나는 누구인가?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서로가 서로를 닦아주며 쳐다보고 있지만 아무리 만지려 해도 만질 수 없는 거울 속의 나와 나라고 생각되어지는 나는 낯설다. 당신이 보고 있는 나와 내가 보고 있는 당신, 사이에는 공이 존재하듯, 나라고 여겨지는 나, 와 나라고 믿고 사는 나의 뒤 쪽에는 허가 존재하는 거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보는 거울 속의 얼굴은 진정 누구일까? 치열하게 묻고 또 물으며 시인은 스스로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거울 밖의 나를 알 수 없다. 또한 거울 밖의 나는 거울 속의 나에게 단 한 발짝도 다가설 수 없겠다.

 

 달 속에 스스로의 모습을 들여놓을 때까지 숨을 참으며 ‘흡월정’ 하듯, 그러나 결국 달 속에 보이는 나는 내가 아닌, 그 무엇 속의 또 다른 무엇. 그 무엇에 대해 시인은 사색한다. 고요를 닦으면 고요가 보일까? 나라고 말하는

나는 진정 날까? 시인은 묻고 또 묻는다. 이미 지나간 것들과 아직 오지 않은 것들 사이에서 지독하게 갈등한다.

거울 밖에서 나를 닦고 있는 나는 누구?.

 

                                                       -2009. 우이시, 여름 영동 세미나 / 손현숙 시인

 

 

 

 

 

 

 

 

 

 

 

 

37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