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

해 지는 쪽/ 마경덕

최승헌 2016. 8. 27. 17:39

 

해 지는 쪽

 

            마경덕

 

 

해가 기운다 아버지 가신 쪽으로

 

 

아득한 저쪽,

 

만장처럼 늘어선 산등성이 잡목들 하루치 노을에 젖는다

 

 

 

오늘 죽은 하루는 새벽에 뿌리가 돋고

 

묻힌 사람은 눈부터 썩고

 

죽은 자는 쉬 죽지 않아

 

눈앞이 캄캄한 저녁이 온다

 

 

해 떨어지기 전에 집에 와야 한다

 

해 떨어지기 전에

 

신신당부 내 손에 쥐어주더니,

 

해 뜨는 쪽으로 걸어 나간 사람 감감한데

 

해 떨어진 하늘이 빗장을 거는데

 

끌과 대팻날 같은 자식들

 

기울어가는 아버지를 몇 번이나 새겨들었나

 

 

길에서 마주치면 부끄럽던 그 연장통

 

다시 둘러메고 가셨다

 

집이 없는,

 

해 지는 저쪽으로

 

 

 

 내 오랜 벗인 마경덕 시인이 최근에 출간한 시집을 보내왔다.

 

그녀의 삶과 시에 대한 절절한 가슴을 알기에 반갑다.

 

시란 그 분주함과 고달픔속에서 탄생하는게 아니던가

 

한가함속의 시는 자칫 묘사로 끝나서 울림이 없다.

 

울림이 없는 시는 감동이 없어서 마치 풀한포기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위를 걷는 기분이다.

 

문득 내가 오래 기억하고 있는 글이 떠오른다.

 

 

남의 작품을 보듯이 내 작품을 보고

 

남의 문학을 생각하듯이 내 문학을 생각했으면

 

얼마나 담담하고 서늘한 마음이 될것인가

 

그리고 문학이나 작품 자체로 보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것이 나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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