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문 최승헌 하나의 경계를 세우기 위해 수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한 경계와 경계사이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부터 모든 중력은 시작 된다 풀잎 위에 쓰러지는 햇빛도 모진 신음을 토해낸 뒤라야 그 빛이 깊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은 익숙해지기 위해 산다지만 작은 몸 하나로 말라리아 전.. 시 2005.11.22
추억은 서랍을 먹고 산다 추억은 서랍을 먹고 산다 최승헌 서랍을 열고 추억 몇 장을 접어 넣는다 그때마다 추억이 서랍 안에서 영토를 확장하는지 드문드문 마른버짐으로 피어나고 있다 추억은 과거로부터 변형된 생각의 살점들을 뜯어먹지는 않는가 보다 사랑은 아직도 잔인한 아가미로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 시 2005.11.21
오이도 오 이 도 최승헌 바람은 더 이상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쩌다 그때 예고도 없이 날아온 한 무리의 새떼들이 갯벌을 배회하고 있을 때 바람은 바다의 등에 실려 깊은 수면 속으로 빠지고 있었다 늘 꿈같은 바다에서 버릇처럼 자주 잠적하던 바람을 보는 일이 많아진 것도 예사로운 일은 아니.. 시 2005.11.21
산 속으로 산 속으로 최승헌 산을 열고 산 속으로 들어갔어 깊이 들어갈수록 생각의 잔영들이 벌거벗은 가지 위에 쓸쓸하게 걸려 있었어 그것들은 마치 내가 부양했던 삶이 중력처럼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내 안에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어 20세기 뻔뻔스러운 땅에 뿌리를 박지 못해 서성이던 .. 시 2005.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