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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다

햇볕 좋은 가을날 한 골목길에서 옛날 국수가게를 만났다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왜 간판도 없느냐 했더니 빨래 널 듯 국숫발 하얗게 널어놓은 게 그게 간판이라고 했다 백합꽃 꽃밭 같다고 했다 주인은 편하게 웃었다 꽃피우고 있었다 꽃밭은 **라고 했다 옛날 국수가게/ 정진규 이런 가게에 가서 국수를 먹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어릴 적 골목에서 보던 국수집은 마치 빨래처럼 국수를 줄에 널어놓고 있었다. 햇빛과 바람에 말려지면서 한 그릇의 맛있는 국수로 사람들의 입맛을 즐겁게 했지. 정진규 시인, 그러니까 나의 문단 스승은 그걸 보고 백합꽃 꽃밭이라고 하셨다. 맞다. 하얗게 널린 국수가 하얀 백합꽃으로 연상 되셨겠지. 백합의 은은한 향기가 어디 꽃에만 있겠는가. 국수에도 그런 게 있다. 국수를 먹다..

산문 2021.09.30